산지니 저자
 
 
 
 
 

인도사에서 종교와 역사 만들기

 
   
 
인도사에서 신화와 식민주의, 민족주의 그리고 역사 만들기
지은이 : 이광수
펴낸날 : 2006년 8월 25일
쪽수 : 324쪽
판형 : 신국판, 양장
값 : 18,000원
ISBN : 89-92235-01-1 93910


 

책 소개

역사는 신화를 만들고, 신화는 다시 역사가 된다.

한국의 많은 역사학도들은 중국사나 유럽사를 통해서 역사가 무엇이고 그 안에 담긴 역사의 의미가 어떠한지를 배우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배우고 깨닫는 것이 중국사나 유럽사만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는 편협해질 수 있다. 인간의 발자취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사나 유럽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역사에 대해서도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인도사가 될 수도 있고, 서아시아사가 될 수도 있고 남아메리카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역사학계는 그러한 다양성과 조화를 전혀 추구하려 하지 않고 있다. 이에 편협한 역사관을 깨기 위하여 인도역사 전문가인 이광수 교수가 그동안 여기저기 발표한 논문을 모아 단행본으로 <인도사에서 종교와 역사 만들기> 라는 제목으로 산지니에서 출간하였다.

만들어진 과거의 역사는 현재를 강력하게 규정하고 통제한다.

저자는 한국학계에 인도사 소개라는 숙명과 같은 의무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인도사를 보급해야 한다는 전도사의 과업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연구 소재는 자연스럽게 인도나 인도 역사에 대한 왜곡과 오해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역사학 이론으로 방향이 모아졌고 결국 그것은 ‘역사 만들기’라는 주제로 귀결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인도사에 관한 ‘역사 만들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역사에서 각 시대마다 이루어진 종교에 대한 해석이 역사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기제 안에서 역사는 신화가 되고 그 신화는 다시 역사를 규정하는 중요한 동인이 된다. 고대와 중세에서 신화와 종교 그리고 근대에서 식민, 제국, 민족 그리고 그것들을 에워싸고 있는 이데올로기와 학문 사이에서 이루어진 ‘만들어진 역사’는 현재의 인도를 강력하게 규정하고 통제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이 단순한 규정이나 통제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것이 제국주의의 수탈이나 공동체 간의 갈등과 반목 혹은 학살과 테러와 같은 비극으로 이어진다면 ‘역사 만들기’가 주는 의미는 훨씬 더 심각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역사는 고대에서나 근대에서나 나아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이 시점에서나 모두 비슷한 논리로 작동을 한다. 그리고 역사가 이루어지는 현장이 인도든, 한국이든 아니면 미국이든 관계없이 모두 일맥상통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고대의 역사가 지금 이 시점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것이고, 인도 역사가 영국의 식민주의와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의 역사 혹은 그들의 역사 연구와 떼려야 뗄 수가 없으며 한국 역사가 인도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인도사에서 종교와 역사만들기>가 한국의 역사학계에 ‘역사’와 ‘역사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만들어진 역사가 아닌 진실의 역사를 이야기하다.

이 글은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이 때까지 알고 있던 인도의 역사나 한국의 역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글들로 그리고 어떻게 역사만들기가 이루어지는가를 조목조목 예를 들어가며 보여주고 있다.
먼저 첫 번째 장에서는 카스트가 힌두교에 필수적 존재든 선택적 존재든 간에 분명히 상호 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에서 카스트 사회 구조 변화가 힌두교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에 관한 것을 역사적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이 글을 통해 브라만이 지배 계급의 위치를 차지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힌두교를 이용한 브라만 착취라는 것 또한 보여준다. 힌두교를 경전에 나타난 모습만을 자료로 하여 분석하는 것은 결국 힌두교를 브라만 위주의 철학이나 신비주의 종교로 잘못 이해하게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상위 계급, 브라만들의 승인 없이는 왕권의 정통성도 불허된다.

모든 비끄샤뜨리야 계급들 특히 슈드라 이하 계급들도 얼마든지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된다.
제사와 신화에 대한 권력은 브라만이 변함없이 독점적으로 차지하고 있었지만 왕권은 끄샤뜨리야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누구든지 권력을 잡을 수가 있었다. 새로이 권좌에 오른 세력은 그가 차지하고 있는 실질적 지위와 종교 가치에 의한 의례적 지위 사이에 벌어져 있는 간격에 대해 반드시 조정을 해야만 했다. 그들은 반드시 끄샤뜨리야 출신으로 만들어져야 했으니 이에 걸맞는 족보가 브라만들에 의해 만들어져 부여되었다. 그 조정은 브라만 독점 문화 속에서 브라만에 의해서만 이루어졌고 신화에 의거한 혈통을 부여함으로써 의례적 지위를 확보하였다. 그래서 왕권이라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끄샤뜨리야가 독점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비끄샤뜨리야들이 얼마든지 차지할 수가 있었다. 단지 왕이 된 사람은 항상 끄샤뜨리야로 남게 된 것이다. 바로 여기에 왜 인도 사회에서 브라만의 사회적 위치가 끄샤뜨리야보다 항상 우위에 있는가에 대한 답이 있다. 그것은 결국 브라만이 끄샤뜨리야 권력을 정당하게 해주는 유일한 채널임과 동시에 그것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 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권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이용되는 역사

우리가 많이 알고있는 가락국의 허왕후 설화도 통일신라이후 형성된 불국토관념아래 한국이 인도와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허왕후 설화가 확대 재생산 되었고 아유타가 허왕후의 고향으로 설정된 것은 전형적인 불교역사인식 아래 이루어진 역사만들기의 일환임을 저자는 여러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역사만들기는 사제와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허왕후 설화는 최근 김해김씨가락중앙종친회에 의해 설화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인도 아요디야로까지 역수출되기에 이른다. 2002년 북부 인도 웃따르쁘라데시(Uttar Pradesh)주에 있는 아요디야시를 흐르는 사라유 강가에는 가락중앙종친회에 의해 검은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만들어진 허왕후 탄생 기념비가 세워진다. 이 비문에는 비가 서 있는 곳이 허왕후 탄생지라는 글이 한글로 또렷하게 새겨져 있고, 그 공원 입구 정문에는 허왕후 설화가 현대에 들어 대중화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쌍어문’이 그려져 있다. 허왕후 탄생비를 아요디야의 사라유 강가에 건립한 것에는 2002년 인도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haratiya Janata Party 바라띠야 자나따 파티)의 적극적 후원 하에 이루어졌다. 그런데 인도국민당은 힌두민족주의를 중심으로 한 극우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정당이다. 인도 국민당과 그 방계 세력들은 1992년 12월 아요디야에서 신화 『라마야나』의 라마 사원을 복원한다면서 기존의 이슬람 사원을 파괴하고 232명의 인명 살상을 초래하였고, 그 후로도 폭력은 계속되어 500명 이상이 살해되고 수십만 명이 가정을 잃게 되었으며 천문학적인 재산 손실을 가져 왔다. 그리고 그 양상은 지금도 - 특히 총선과 관련된 시기에 집중적으로 -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인도 극우 패권주의 세력들에게 한국의 ‘아요디야에서 온 공주 허왕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정권 정당성의 근거가 되는데 이용되고 있다.

남성인 브라만 계급이 그들의 가부장적인 세계관으로 만든
고대 인도 여성사는 재구성되어야한다.


고대 인도에는 여성에 대해 쓰인 사료가 거의 없다. 서양이나 중국의 경우와는 달리 고대 인도에는 여성에 관한 명문(銘文), 고전(古錢), 조각, 회화 등과 같은 직접 사료가 거의 없다. 또 편지나 일기, 자서전 등과 같은 사적인 기록 또한 현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사료는 종교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들은 브라만들이 만들어 놓은 브라만 세계관과 가부장적 남성 세계관에 입각하고 있다. 그 형태는 때로는 법전의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신화의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하지만 양자 모두 사회의 기득권자이자 통치 이데올로기를 독점하고 있는 브라만 남성에 의해 작성된 것이고 그것이 추구하는 것은 브라만-남성-가부장-제사 중심의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대 인도 여성사를 바르게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료들의 행간을 읽어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래서 고대 인도의 사료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여, 남성의 역사도 아니고 여성의 역사도 아니며 남성과 여성이 함께 존재하는 역사를 재구성해야 한다. 물론 브라만의 시각으로 쓰인 사료를 바탕으로 역사 재구성이 얼마나 가능할 것인가는 우리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이다. 그러나 과학주의적 역사학으로부터 벗어나 문학으로서 역사학과 경계를 넘어 주변 학문 즉 인류학, 민속학, 문학 등과 교류하면서 사료를 창출하는 역사학 기술을 허용할 수 있다면 그러한 역사 재구성은 전혀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힌두교의 본질로 알려진 비폭력-불살생, 요가, 명상 등은
유럽의 동양학자와 미국 사회가 만들어 낸 가상의 이미지이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힌두교(Hinduism)’라는 특정 종교는 18세기 이후 영국의 식민 통치 아래 진행된 여러 근대 역사 상황 속에서 전개된 식민주의와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의 산물이다. 18세기 유럽의 동양학자들에게 인도는 유럽에 대한 인식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인식되었고, 이에 따라 인도는 합리적이고 물질적인 유럽에 비해 감성적이고 영적인 것으로 재현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영제국주의 식민 통치에 대한 정당화 방편으로 활용되었다. 이러한 서양 제국주의 역사학에 대한 반발로 민족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체계에 대해 우월성과 역사의 주체성 확립을 위해 매진하였다. 그러나 민족주의자들이 반식민주의 입장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민주의자들의 담론에 갇혀버린 결과를 낳았고 힌두민족주의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힌두교는 미국 지성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힌두교 본질로 널리 알려진 비폭력-불살생, 채식주의, 관용, 요가, 명상, 깨달음 추구 등은 모두가 유럽의 동양학자들에 의해 그리고 그 이후 미국 사회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이미지일 뿐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인도사에서 종교와 역사만들기>를 통하여 바른 역사인식과 인간의 발자취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은이 소개 : 이광수

인도 델리대학교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러시아·인도통상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 『인도는 무엇으로 사는가』, 『인도문화 : 특수성과 보편성의 이해』, 역서로는 『고대 인도의 정치 이론』, 『성스러운 암소 신화』 등이 있다.

차례

책을펴내며

1부 신화와 역사 만들기

1. 힌두교와 카스트 사회 구조 간의 역사적 상호성 : 올바른 힌두교 연구를 위하여
2. 고대 인도에서 신화와 권력의 정당화
3. 『마하완사』와 『삼국유사』에 나타난 불교 역사관
4. 가락국 허왕후 도래(渡來) 설화의 재검토 : 부산·경남 지역 불교 사찰 설화를 중심으로

2부 식민주의, 민족주의 그리고 역사 만들기

1. 고대 인도 정치 연구에서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문제 : 신동양학적 접근에 대한 비판
2. 고대 인도사에는 여성이 있는가?
: 식민주의와 민족주의의 여성사 기술에 대한 비판적 검토
3. 인도의 다문화주의 : 근대주의와 식민주의를 넘어서
4.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종교사’와 힌두교 만들기
5. 아리야인 인도 기원설과 힌두민족주의
6. 라나지뜨 구하와 서발턴 역사학 : 식민지 역사의 새로운 재구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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